[심리] 다섯 마리 원숭이 실험의 진실 ( 16 판 )
다섯 마리 원숭이 실험
Five monkeys experiment
다섯 마리 원숭이 실험이라고 널리 알려진 이 실험은 사실 없었던 일이었다.
1. 다섯 마리 원숭이 실험
다섯 마리 원숭이 실험이라고 알려진 것이 있다.
이는 사람에 따라
Five monkeys and a ladder
다섯 마리 원숭이와 사다리
혹은
Five monkeys experiment
다섯 마리 원숭이 실험
등으로 불린다.
다섯 마리 원숭이 + 바나나 + 사다리의 조합으로 이 실험은 시작된다. 먼저 바나나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만 잡을 수 있는 높은 곳에 매달아두고 원숭이 다섯 마리를 투입한다.
원숭이들은 바나나를 보고 당연히 사다리를 올라가려고 한다. 하지만 이때 사다리를 올라가고 있는 원숭이를 제외한 나머지 원숭이들에게 찬물을 뿌린다. 이렇게 되면 사다리를 올라가려고 하면 찬물이 쏟아진다는 것을 깨달은 원숭이들은 다른 원숭이가 사다리를 올라가지 못하게 막는다. 이것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원숭이들은 아예 사다리를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 5마리 중, 한 마리의 원숭이를 새 원숭이로 교체한다. 말하자면 신입이 들어온 셈이다. 이 신입은 사다리를 올라가면 물이 쏟아진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사다리를 오르려고 한다. 물론 나머지 4마리 원숭이는 이 원숭이가 사다리를 못 오르게 막는다. 이 상황이 또다시 반복되면 신입 원숭이는 사다리를 올라가면 안된다는 것을 학습한다. 이때 물이 쏟아진다는 것은 전혀 모르며 이유도 모른채 그저 '사다리를 올라가면 안된다.'라는 것만 배운다.
다시 한 마리를 교체하고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때는 첫번째로 교체된 원숭이까지 신입이 사다리를 못 올라가게 막는다.
계속해서 원숭이들을 교체하여 마침내 완전히 새로운 원숭이 그룹이 되었지만 사다리 위의 바나나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다섯 마리의 원숭이 모두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사다리를 올라가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왜 사다리를 올라가려는 원숭이들을 공격해?"라고 원숭이들에게 물어본다면 그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도 몰라. 이것이 여기의 방식이야."
이 실험은 내용이 내용인만큼 신병신고식과 함께 언급되곤 한다. 대한호주인 샘 해밍턴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이 실험은 군대나 직장, 혹은 대학 내의 부조리가 왜 탄생하는지 알려주며 이것을 까는 용도로 흔히 인용되곤 한다. 또는 아무 생각없이 사람들이 하는대로 따라가는 현대인들(?)을 비판하는 용도로 언급된다. 그런데 그 진실은...
2. 실험의 출처
이 실험은 G. R. Stephenson이 1966년에 썼다는 논문 『Cultural acquisition of a specific learned response among rhesus monkeys』 를 그 출처로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실험을 널리 알린 게리 하멜과 C.K. 프라할라드(C.K Prahalad)의 책. 국내에선 2011년 출간되었다.
이 책에 나와있는 실제 문장은 다음과 같다.
4 monkeys in a room. In the center of the room is a tall pole with a bunch of bananas suspended from the top. One of the four monkeys scampers up the pole and grabs the bananas. Just as he does, he is hit with a torrent of cold water from an overhead shower. He runs like hell back down the pole without the bananas. Eventually, the other three try it with the same outcome. Finally, they just sit and don’t even try again. To hell with the damn bananas. But then, they remove one of the four monkeys and replace him with a new one. The new monkey enters the room, spots the bananas and decides to go for it. Just as he is about to scamper up the pole, the other three reach out and drag him back down. After a while, he gets the message. There is something wrong, bad or evil that happens if you go after those bananas. So, they kept replacing an existing monkey with a new one and each time, none of the new monkeys ever made it to the top. They each got the same message. Don’t climb that pole. None of them knew exactly why they shouldn’t climb the pole, they just knew not to. They all respected the well established precedent. EVEN AFTER THE SHOWER WAS REMOVED!
방 안에 4마리의 원숭이가 있다. 방의 가운데는 바나나가 매달려있다. 네 마리의 원숭이 중 한 마리가 바나나를 움켜잡는다. 그렇게 하자마자, 차가운 물이 쏟아진다. 그는 바나나를 놓치고 밑으로 도망친다. 결국, 다른 3마리의 원숭이도 같은 결과를 맞는다. 마침내 그들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다. 망할 바나나 같으니. 그러고나서 4마리의 원숭이 중 한마리를 다른 원숭이로 교체한다. 새로운 원숭이는 바나나를 발견하고 바나나를 움켜쥐려고 한다. 이때 다른 세 마리의 원숭이는 손을 내밀어 그를 말린다. 그러면 그는 그 바나나가 뭔가 잘못되었거나 나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배운다. 그래서 그들은 기존의 원숭이를 새 원숭이로 교체할 때마다 매번 방해하게 되고 같은 것을 배운다. '여기에 올라가지 마라.' 그들 중 누구도 여기에 왜 올라가면 안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들은 전통(?)을 존중하였다. 샤워기가 제거된 후에도!
게리 하멜과 C.K. 프라할라드가 1994년에 쓴 『Competing For The Future』의 책에서 처음 등장한 이 실험은 TED Talk를 한 강연자 Eddie Obeng의 BBC 방송으로 계속해서 퍼져나갔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책의 저자인 게리 하멜과 C.K. 프라할라드 두 사람 모두 이 실험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책에서도 5마리가 아니라 4마리였고 사다리는 없다.
Eddie Obeng이 BBC에서 5마리 원숭이 실험을 언급하는 영상. 안타깝게도 한국어 자막은 없다.
3. 진실
게리 하멜의 책, Eddie Obeng의 언급 모두 실제 실험에 대한 자세한 출처가 빠져 있다.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확실한 출처는 G. R. Stephenson의 논문으로 좁혀진다.
이 논문의 제목은 『Cultural acquisition of a specific learned response among rhesus monkeys』로 링크를 클릭하면 영어로 된 실제 논문을 볼 수 있다. 논문의 제목을 번역하자면 『히말라야 원숭이들 사이의 특정한 학습된 반응의 문화적 습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는 실제로 5마리 원숭이 실험과 비슷한 실험을 하기는 했지만 세부사항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5마리의 원숭이는 없으며 사다리와 차가운 물을 뿌리는 샤워기는 없다.
위는 실제 논문의 실험 과정이다.
이 실험은 남들이 하는대로 하거나 악습, 부조리 등을 비판하기 위한 실험이 전혀 아니었다.
Stephenson은 단순히 한 원숭이의 학습된 행동이 두번째 원숭이에게도 지속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고 싶었고 그에 따른 실험을 설계했다.
- 그는 다섯마리 원숭이가 아닌 네 그룹의 같은 성을 가진 원숭이 쌍으로 실험을 진행했으며
- 그가 사용한 물건은 바나나가 아니라 플라스틱 주방 용품이었고
- 샤워기가 아니라 공중 폭발을 사용했다.
- 또한 사다리는 없었고 물체는 공중에 매달린 것이 아니라 한쪽 끝에 있었다.
즉 이 실험과 5마리 원숭이 실험의 공통점이라고는 원숭이를 데리고 실험을 했으며 처벌에 의한 학습을 했다는 정도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실험의 결과도 5마리 원숭이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애초에 실험 자체가 달랐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몇몇 그룹의 원숭이는 특정 물체(플라스틱 주방 용품)에 대한 두려움(공중 폭발)을 학습했다. 그리고 신입 원숭이는 기존의 원숭이의 두려움을 그대로 학습했다. 그런데 다른 그룹은 반대의 결과도 나타났다. 신입 원숭이가 기존의 원숭이들에게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일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수컷과 짝을 지은 3건의 사례에서는 두려움이 학습되었으며 암컷은 두려움이 학습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관측에 의해서 행동을 배운 것 같았다. 이 경우, 기존의 원숭이가 새 원숭이가 주방 용품을 만져도 공중 폭발이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경우도 포함된다. 수컷은 관측이 아니라 신입이 주방 용품을 만지는것을 말렸다.
이 결과에 따르면 성별에 의한 차이가 명백해 보이나 스티븐슨은 이 데이터를 보고 결론을 내리는 것을 망설였다고 한다. 전공자가 아닌 경우,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결과이나 과학자의 입장에서는 이 결과가 과학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조금 고민이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5마리 원숭이 실험과 비슷한 실험은 있었지만 기존에 알려져 있는 5마리 원숭이 + 사다리 + 바나나 조합의 실험은 없었던 실험이다. 그러니까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비판하기 위한 이 실험에 대한 이야기 그 자체가 하나의 낚시 실험이었던 것이다! 물론 누구도 의도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기존에 알려져 있던 5마리 원숭이 실험에 대해 지난 30년간 수백 마리의 원숭이들을 관측해온 오스틴 텍사스 대학의 인류학 교수 클라우드 브램블레트(Dr. Claud Bramblett)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If you have bananas on a pole, you'll lose your bananas.
당신이 바나나를 가지고 있었다면, 당신은 바나나를 잃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