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케임브리지 선언 (feat. 동물의 의식) ( 7 판 )
의식에 관한 케임브리지 선언
The Cambridge Declaration on Consciousness
동물에게도 인간의 그것처럼 의식을 생성하는 신경기질이 있다.
1. 개요
훌륭한 집사를 위해, 건배!
2012년 7월 7일, 신경생물학과 인지과학 분야를 선도하는 전문가들이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모여, 의식에 관한 케임브리지 선언에 서명했다. 그 선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인간 이외의 동물들이 의도적인 행동을 보이는 능력과 함께, 의식적 상태를 구성하는 신경해부학적 · 신경화학적 · 신경생리학적 기질들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인간만이 의식을 생성하는 신경기질을 지닌 유일한 생물이 아니라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모든 포유류와 조류, 문어를 포함한 그밖에 많은 생물들을 포함하는 동물들 역시 그러한 신경기질을 지니고 있다."
과학계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에 부응해, 2015년 5월 뉴질랜드는 세계 최초로 동물이 감응적 존재임을 법적으로 인정한 국가가 되었다. 이때 뉴질랜드는 동물복지에 관한 수정조항을 통과시켰다. 이 수정조항은 동물을 감응적 존재로 인정하고, 그에 따라 축산업에서 동물들의 복지에 적절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다만 이 선언의 내용에 오해할 만한 구석이 하나 있다. 이 선언은 '동물에게도 의식이 있다.'라고 정확하게 못 박은 것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의식을 만드는 신경기질이 존재한다.'라는 것이다. 즉 '그러한 신경기질이 존재하므로 (아마도) 동물에게도 의식이 존재할 것이다.'가 정확한 선언의 내용이다. 사실 우리가 동물이 되어 그들이 느끼는 것을 경험할 수 없으므로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또 한 번의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의 일환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이 선언에 대한 정보를 검색할 때는 반드시 '의식에 관한 케임브리지 선언(The Cambridge Declaration on Consciousness)'이라고 해야 관련 내용들이 나온다. 그냥 케임브리지 선언(The Cambridge Declaration)을 검색할 경우 1996년에 있었던 신앙선언이 나온다.
2. 원문
이 선언문의 작성자는 캘리포니아 라 호이야(La Jolla)의 신경과학연구소 데이비드 에델만(David Edelman), 스탠포드 대학의 필립 로우(Philip Low), 그리고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크리스토프 코흐(Christof Koch)다.
The Cambridge Declaration on Consciousness *
On this day of July 7, 2012, a prominent international group of cognitive neuroscientists, neuropharmacologists, neurophysiologists, neuroanatomists and computational neuroscientists gathered at The University of Cambridge to reassess the neurobiological substrates of conscious experience and related behaviors in human and non-human animals. While comparative research on this topic is naturally hampered by the inability of non-human animals, and often humans, to clearly and readily communicate about their internal states, the following observations can be stated unequivocally:
- The field of Consciousness research is rapidly evolving. Abundant new techniques and strategies for human and non-human animal research have been developed. Consequently, more data is becoming readily available, and this calls for a periodic reevaluation of previously held preconceptions in this field. Studies of non-human animals have shown that homologous brain circuits correlated with conscious experience and perception can be selectively facilitated and disrupted to assess whether they are in fact necessary for those experiences. Moreover, in humans, new non-invasive techniques are readily available to survey the correlates of consciousness.
- The neural substrates of emotions do not appear to be confined to cortical structures. In fact, subcortical neural networks aroused during affective states in humans are also critically important for generating emotional behaviors in animals. Artificial arousal of the same brain regions generates corresponding behavior and feeling states in both humans and non-human animals. Wherever in the brain one evokes instinctual emotional behaviors in non-human animals, many of the ensuing behaviors are consistent with experienced feeling states, including those internal states that are rewarding and punishing. Deep brain stimulation of these systems in humans can also generate similar affective states. Systems associated with affect are concentrated in subcortical regions where neural homologies abound. Young human and nonhuman animals without neocortices retain these brain-mind functions. Furthermore, neural circuits supporting behavioral/electrophysiological states of attentiveness, sleep and decision making appear to have arisen in evolution as early as the invertebrate radiation, being evident in insects and cephalopod mollusks (e.g., octopus).
- Birds appear to offer, in their behavior, neurophysiology, and neuroanatomy a striking case of parallel evolution of consciousness. Evidence of near human-like levels of consciousness has been most dramatically observed in African grey parrots. Mammalian and avian emotional networks and cognitive microcircuitries appear to be far more homologous than previously thought. Moreover, certain species of birds have been found to exhibit neural sleep patterns similar to those of mammals, including REM sleep and, as was demonstrated in zebra finches, neurophysiological patterns, previously thought to require a mammalian neocortex. Magpies in particular have been shown to exhibit striking similarities to humans, great apes, dolphins, and elephants in studies of mirror self-recognition.
- In humans, the effect of certain hallucinogens appears to be associated with a disruption in cortical feedforward and feedback processing. Pharmacological interventions in non-human animals with compounds known to affect conscious behavior in humans can lead to similar perturbations in behavior in non-human animals. In humans, there is evidence to suggest that awareness is correlated with cortical activity, which does not exclude possible contributions by subcortical or early cortical processing, as in visual awareness. Evidence that human and nonhuman animal emotional feelings arise from homologous subcortical brain networks provide compelling evidence for evolutionarily shared primal affective qualia.
We declare the following: “The absence of a neocortex does not appear to preclude an organism from experiencing affective states. Convergent evidence indicates that non-human animals have the neuroanatomical, neurochemical, and neurophysiological substrates of conscious states along with the capacity to exhibit intentional behaviors. Consequently, the weight of evidence indicates that humans are not unique in possessing the neurological substrates that generate consciousness. Nonhuman animals, including all mammals and birds, and many other creatures, including octopuses, also possess these neurological substrates.”
* The Cambridge Declaration on Consciousness was written by Philip Low and edited by Jaak Panksepp, Diana Reiss, David Edelman, Bruno Van Swinderen, Philip Low and Christof Koch. The Declaration was publicly proclaimed in Cambridge, UK, on July 7, 2012, at the Francis Crick Memorial Conference on Consciousness in Human and non-Human Animals, at Churchill College, University of Cambridge, by Low, Edelman and Koch. The Declaration was signed by the conference participants that very evening, in the presence of Stephen Hawking, in the Balfour Room at the Hotel du Vin in Cambridge, UK. The signing ceremony was memorialized by CBS 60 Minutes.
의식에 관한 케임브리지 선언 *
2012년 7월 7일, 인지 신경과학자, 신경 약리학자, 신경 생물학자, 신경해부학자, 그리고 컴퓨터 신경과학자들이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모여 인간과 인간이 아닌 동물(이하 동물)의 의식 경험 및 관련 행동의 신경 생물학적 기질을 재평가했다. 이 주제에 대한 비교 연구는 동물, 그리고 종종 인간이 자신의 내부 상태에 대해 명확하고 쉽게 의사 소통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연스레 차질을 빚고 있지만 다음과 같은 관찰(결과)가 확실히 명시된다.
- 의식을 연구하는 분야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 연구를 위한 다양한 기술과 전략이 발전되어 왔다. 이로 인한 많은 데이터들 덕분에 이 분야에 선입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동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의식 경험과 지각(知覺)에 관련 있는 상동성 뇌회로(homologous brain circuits)가 이러한 경험을 실제로 필요한지 아닌지 선택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인간의 경우, 의식이 서로 관련이 없는 비침습적 기술(non-invasive techniques)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 감정의 신경 기질은 피질 구조에 국한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사실, 인간이 감정적인 상태에 활성화되는 피질 신경망 또한 동물이 감정적인 행동을 유발 하는데에 아주 중요하다. 인간과 동물, 둘 다 같은 뇌 영역에 자극을 주면 그곳에 대응되는 행동을 하고 느낌이 생겨난다. 동물에게 감정적인 행동을 일으키는 두뇌의 어떤곳이나 보상-처벌 시스템을 포함한 감정 상태는 (인간과) 일치한다. 인간 또한 이곳을 자극하면 비슷한 감정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효과와 관련된 시스템은 신경학적 상동관계가 풍부한 피질하부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 신피질이 없는 유아들과 동물들은 이러한 뇌 기능을 유지한다. 더욱이, 주의력, 수면 및 의사 결정의 행동/전기 생리학적 상태를 뒷받침하는 신경 회로는 오래전 무척추 동물이 출현했을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곤충 및 두족류(ex: 문어)에서 그 증거가 드러난다.
- 새의 행동으로 보면, 신경 생리학 및 신경 해부학에서 의식의 평행 진화의 사례가 잘 나타난다.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는 의식에 있어서 인간과 유사한 종으로 그 증거가 가장 크게 관찰되었다. 포유류와 조류의 감정 신경망과 인지적 미세구조는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맞는것으로 보인다. 또한 어떤 특정한 종의 조류는 REM수면을 포함하여 포유류와 아주 유사한 수면 패턴을 나타내는데, 이전까지는 포유류의 신피질에서만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던 신경생리학적 패턴들이 금화조와 같은 조류에서 발견되었다. 특히 거울 속 자기 인식능력에 관한 연구에서 까치들은 인간, 유인원, 돌고래, 코끼리와 뚜렷한 유사성을 보였다.
- 인간들의 경우에는 특정한 환각제들의 효과는 피드포워드 및 피드백 과정의 방해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들의 의식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들을 동물들에게 사용하면 인간과 비슷하게 행동에 교란을 초래한다. 인간들의 경우에는, 의식이 피질의 활동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는데, 이것이 시각적 의식에서처럼 피질하부 과정 또는 초기 피질과정에 의한 가능한 기여들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인간과 동물의 감정적인 느낌들이 상동적인 피질하부 뇌 연결망에서 발생한다는 증거는 진화론적으로 널리 알려진 퀄리아에 대한 강력한 증거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신피질이 없다고 해도 유기체가 정서적인 상태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 여러 증거들은 동물들이 의식 상태의 신경 해부학적, 신경 화학적, 및 신경 생리학적 기질과 의도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결과적으로, 증거의 무게는 의식을 생성하는 신경학적 기질을 가진 것이 인간만의 독특한 특성이 아님을 시사한다. 모든 포유류 동물들과 조류, 문어를 포함한 다른 생물체들도 이러한 신경 기질을 가지고 있다.
3. 아이러니: 동물의 비극
뇌에 자극을 주어 쥐를 조종하는 일명 '리모콘 쥐'. 특정 자극으로 인해 쥐는 왼쪽으로 돌고 싶은 욕구, 오른쪽으로 돌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물론 쥐는 자신이 원해서 그쪽 방향으로 돈다고 생각한다.
동물에게도 의식이 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기쁨을 느끼고 슬픔을 느끼며 살아간다. 적어도 케임브리지 선언은 동물들에게 있어서 승리의 선언처럼 들린다. 실제로 2015년에 뉴질랜드에서 동물복지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기도 했다니 좀더 동물들도 좀더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역사적인 일인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동물들도 인간들처럼 모든 것을 느끼며 배부름의 기쁨도, 동료의 죽음에 대한 슬픔도, 또 결정적으로 죽음의 공포도 느낀다는 바로 그 사실로 인해 우리는 동물들을 대상으로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실험도 계속해서 해왔다. 대표적으로 원숭이 애착 실험과 같은 스킨십에 대한 욕구와 같은 실험이 있었다. 사실 케임브리지 선언은 일종의 과학적인 증거와 함께하는 '공식입장'일뿐 예전부터 우리는 어렴풋이 동물도 우리와 비슷한 감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동물의 감정을 이용한 것은 항우울제의 개발에 따른 실험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항우울제를 개발하기 위해서 널리 알려진 실험방법은 다음과 같다.
물을 채운 유리통에 쥐 백 마리를 각각 넣는다. 백 마리나 필요한 이유는 '통계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고작해야 한 두 마리로 실험한다면 아무도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재난을 당한 쥐들은 유리통을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치게 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15분이 지나면 대부분의 쥐들은 포기하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주변 환경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은채 유리통에 둥둥 떠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쥐 백 마리를 집어넣되, 그들이 절망에 빠지기 직전인 14분에 유리통에서 건져내어 구해준다. 그리고는 물기를 말리고, 먹이를 주고, 약간의 휴식을 준다. 그런 다음 다시 유리통에 집어넣으면 이번에는 쥐들이 20분간 발버둥 치다가 포기하게 된다. 이들이 6분이라는 시간을 더 버티는데에는 신경학적 이유가 있다. 지난번에 발버둥치다가 무사히 빠져나온 기억이 뇌에 어떤 생화학 물질을 분비시켜 쥐들에게 희망을 주고 절망의 시점을 뒤로 미루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특정 화학물질을 분리해낼 수 있다면 항우울제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는데, 쥐들에게 분비되는 그 많은 화학물질 중 어떤 것이 항우울 물질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알아내려면 또다시 수많은 쥐들을 동원해야한다. 처음의 실험에 참여했던 쥐들에게서 다양한 물질들을 뽑아낸 뒤, 실험에 참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쥐들의 집단에게 이 각각의 물질들을 하나씩 주입한다. 특정 화학물질을 찾아내는 것이므로 대부분의 집단은 15분이 한계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20분을 버티는 집단이 나올 수 있다. 유레카! 바로 이 물질이 항우울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실험은 쥐들도 우리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우울증도 앓는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가능한 실험들이다. 그리고 항우울제는 시중에 잘 팔리고 있다.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으므로 동물복지에 관한 법률 통과가 명(明)이라고 한다면 감정이 있으므로 인간 대신 실험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동물의 입장에서) 암(暗)이라고 할 수 있겠다.
4. 관련 영상(TED)
한국어 자막이 있다!
해당 강의의 제목은 『Modern Warrior : TEDxSydney의 Damien Mander』로 정확하게 케임브리지 선언에 대한 내용은 아니지만 동물과 감정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